횃불을 들고
산에 올랐으나
어두컴컴한 밤길이라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네.
손을 내뻗어 감촉을 느끼려 했으나,
검은 안개만 잡힐뿐 아무것도 알 수가 없네.
오르던 길을 멈추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오던 길이 숲에 가려져 걸음을 옮길 수가 없네.
오도가도 못하는 내 신세가 갑자기 처량하게 느껴져
한 곡조 뽑아들고 한 손에는 뜨거운 불검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날카로운 목검을
검은 안개의 급소를 노리듯 파고드니
갑자기 나를 피하며 발자국을 남기고 도망쳤다.
나는 그 자국을 눈으로 짚으며 따라가니
어느새 산새가 걷히고 어둠이 지나가 청량한 달빛 아래에
나는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서 있더라.
이제 검을 거두고 주책맞은 곡조를 다시 목에 감고
산 길을 내려오니 세상이 낮인 듯 밤인 듯 갈팡질팡하더라.
내려오는 길은 끝이 가까웠고
내려오는 길은 계곡 울림이 퍼졌고
내려오는 길은 잎사귀들이 지저귀고
내려오는 길은 만물이 내 벗이더라.
그렇게 나는 오늘 하루도
감히 맞설 수 없는 것과 맞서 격퇴시키고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