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독을 품었던 날이다.
많은 대화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날이다.
가슴에 쿡 박힌 가시를 몇개 뽑아낸 듯 하다.
술을 마시다보면 참으로 기분이 좋을 때가 있어 더욱 더 취하고 싶은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알딸딸한 기분을 알게 되고 그 기분에 몸과 마음을 맡겨 한 잔의 술을 연거푸 들이킬 때도 있다.
어쩌다가 술을 배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대학교 때 실연의 아픔 때문에 시작한 술이었다.
그렇게 안먹을려고 안배울려고 했는데, 그 고통 잊을려고 내가 나를 죽이고 싶었나보다.
그때를 참고 지나갔으면, 난 지금까지 술을 안마셨을지도 모른다.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초반까지 모든 모임에서 술을 입 근처에도 가져가지 않았다.
굳은 뚝심과 곧은 지조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세상의 벽과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나는 그만 한 번 넘어져버린 것이다.
술이란 것을 통해 다시금 세상의 쓴 맛을 알게 되었고, 10년지기 친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혼자 있을 때면 생각난다. 시원한 맥주와 순대나 통닭 등을 준비해서 혼자 영화나 TV를 보고 있으면,
그 때의 외로움은 가벼워진다. 너무 무겁지 않아서 숨통이 트여 나는 술에 고마워 한다.
술이 나쁘다고 하지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조절하여 적당히 음주를 즐긴다면 세상 사는 재미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나 힘들 때 고통스러울 때 술로써 위로한다면 그건 나를 10000피터 상공에서 떨어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바닥에 도착하는 동안 기분이 하늘을 날 듯이 좋을지는 모르나, 그 짧은 순간이 지나가면 후회만 가득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퍽하는 소리와 동시에 인생이 끝이날 수도 있다.
술은 기분이 좋을 때, 그렇게 힘들거나 괴롭지 않을 때, 그럴 때 마셔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너무 독한 술을 마신다거나, 너무 자주 마시거나 하게 되면 나 스스로를 해치는 독약이 될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는 술을 그렇게 멀게도 가깝게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삶에 있어 가끔 하늘에 둥둥 떠있고 싶을 때 한 잔씩 입에 가져다 댄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그때 멈춰야 한다. 내 손을 잡아서 누그러뜨려야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기분이 좋아졌을 때 멈춰라. 나는 술을 그렇게 마신다.
그때가 바로 술과 나의 만남에서 정점을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오직 추락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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