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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일상

내가 본 영화 - 님은 먼 곳에

by 루이보스 스타 2008. 7. 27.

이 영화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은 영화일까?라는 의문으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기대이하였다. 이야기의 서두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시대를 산 사람도 아니고 그런 일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서 그 먼 곳까지 간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여자로부터 남자에 대한 사랑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영화가 어색했다.

군대에 매달 면회를 가도 그저 술먹고 등들리고 자는 남편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편단심이라고 했던가. 그 시대에 맞는 여성의 특징을 잘 꼬집어낸 듯 하다. 영화는 조금 어슬프게 시작한다. 시어머니를 말리고 자기가 대신 월남에 가서 만나겠다고 한다.

 

그 만남까지가 영화의 전체 스토리다. 내가 가장 영화에 가까워진 장면을 이야기 한다면 단연코 국군부대에서의 첫 공연이다.

내가 군필이어서 그런 것에 대해 더욱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 장면 내내 나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보기만 해도 그 때의 감정을 충실히 느낄 수 있어서다. 여자의 위대함을 표현해내려고 했다는 감독의 말에서 나는 오히려 남자의 모든 면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군인들로부터 남자의 한 단면을 보여줬고, 정진영이 맡은 역으로부터 남자의 어두운 면들이 모두 드러난다. 반면, 남자의 밝은 면도 간간히 다른 인물들로부터 드러난다. 단신으로 수많은 남성들을 미치게하고 다스리고 그들의 결정까지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고 여자는 그런 남자들 위에 서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영화에 관련해서 미니홈피엔 글을 남기지만, 여기에 글을 남기긴 처음이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이 반으로 나뉘는 듯 하다.

정말 좋은 영화다. 혹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영화다. 라는 식의 말들이 내게서 글을 만들어내게 했다.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지금 보는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더욱 그런 면이 부각되지 않나싶다. 내가 본 이 영화는 수애를 통해 한 여성의 지독한 끈질김을 볼 수 있었고, 여자의 매력을 한 껏 뿜어내어 남성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는 영화로 본다. 여성에 대한 영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감독의 남성적인 면이 더욱 부각된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의 성향이 짙게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수애가 영화속에서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과거의 여성상을 가지고 남편을 보기 위해 월남까지 찾아간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인물이다. 마치 과거의 여성이 현재의 여성들의 머리속에 다이빙하는 것 같다. 지금 시대의 젊은 여성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GOD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여성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전개가 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큰 역활을 담당했다. 남편은 이 영화에 마지막을 위해 있는 듯 하다. 결말은 내야하기 때문이다. 수애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 정진영이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악랄한 남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정진영이 남성의 어두운 부분을 대부분 차지하고 영화의 흐름을 만들어 간다. 그가 사건을 일으키고 진행시키고 끝까지 수애의 곁에서 도와준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이 할 일을 거의 다 해준다. 영화에서의 가장 큰 보조역활로 나온다. 그가 없으면 영화는 진행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애는 영어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온 것이기 때문에 정진영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

비열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가 없으면 영화의 진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다. 종착역이 호이얀이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달린다. 관객은 종착역이 어디인지 알고 영화를 본다. 어느정도의 예상속에 진행되지만, 그래도 그 시대상을 맛나게 요리해서 보여준다.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2시간짜리 영화구나하고 가서 봤는데, 2시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앞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냇물 흘러가듯 술술 흘러간다.

다만, 수애라는 인물이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정진영이 그 몫을 도맡아해버려서 수애는 그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전부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도 보여준다. 자주 보여주진 않지만, 전쟁이란 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짧고 굵게 보여준다. 그런 면도 관객의 마음을 잘 이끌어주는 것 같다.

나는 휴머니티가 어쩌고 저쩌고 리얼리즘, 영화이론 등은 모른다. 그저 지금의 내 눈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 영화를 바라보고 이야기할 뿐이다. 좋은 영화, 나쁜 영화는 없다. 스스로의 가치관과 생각에 따라서 영화는 좋아지고 나빠진다. 자신의 경험도 크게 한 몫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평은 누구든 논의할 수 있겠지만, 영화에 대한 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본 영화는 처음엔 어색하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면 갈수록 고기가 익혀지듯이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엔 끝내주는 맛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제일 마지막에 있다. 조금씩 올라가는 주가를 보는 듯 하다. 주가가 조금씩 조금씩 계속 올라가면서 마지막에 상한가를 때린다. 영화는 그렇게 보여지고 느껴졌다. 참으로 간만에 보는 재미나고 빠져드는 영화다. 조금 어색하고 엉뚱한 면이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아주 괜찮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