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으로 글을 쓴다.
내 피로 종이를 적신다.
내 살로 벽에 도배질을 한다.
나는 그렇게 몸으로 나의 흔적을 남긴다.
손은 미친듯이 휘갈기고
눈은 미친듯이 돌아다닌다.
눈물은 아픔에 멈출 수가 없고
입은 비명아래 놓인다.
말이 칼이 되는 세상에서
나는 난도질을 당한다.
생각은 시한폭탄이 되어 터지기만 기다린다.
심장은 녹음기가 되어 삶을 기억한다.
나는 오늘도 세상이란 하늘 아래
두 눈 크게 뜨지 못하고 어둠에 묻힌다.
어디론가 가버린 자존심과 가치관은 도둑이 담 넘듯 한다.
길고 긴 하루 속에서 나는 하루살이다.
뜨거운 핏줄기 안에 녹아내린 나의 상념
나는 벽을 치며, 나는 동동 구르며,
나는 가슴쥐며, 나는 쓰러진다.
한없이 가지고 싶은데, 한없이 기다린다.
그래 그렇게 삶을 항해한다.
이미 고갈되어 버린 연료는 내 오줌으로 채우고 있다.
가자 아직 가야한다. 지금 나는 가야한다.
연료가 바닥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도 돛이 없어도
나는 기필코 끝을 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