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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소년의 이야기

by 루이보스 스타 2007. 10. 25.

슬픈 소년의 이야기

소년은 부른 어느 여자의 배 안에서 태어났다.

소년의 가슴은 소녀를 만나면서 텅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소년은 소녀와 함께 웃으며 살았다.

모든 것이 행복이란 이름으로 정해졌으며,

모든 것이 사랑이란 이름아래 평화로웠다.

소년은 그렇게 소녀를 사랑했다.

둘의 사랑은 잔잔한 바다보다 평화로웠으며

둘의 사랑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목말라 있었다.

소년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소녀는 모든 것을 주저없이 받았다.

사랑이란 이름아래 아름다움이 존재했으며,

행복이란 구호아래 둘만이 존재했다.

소년은 소녀를 사랑했다.

 

어느날 소녀가 소년을 불렀다.

소년은 부푼 사랑을 안고 거친 심장을 안고 뛰었다.

소년은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소년에게 차가운 미소로 이별을 고했다.

소녀는 몸이 차가웠다. 주변의 공기가 싸늘했다.

소년은 오히려 몸이 더 뜨거워졌다.

소년은 가지말라고 소리쳤다.

소년은 이제 사랑이 뭔지 알기 시작했다.

소년은 소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소녀는 더이상 아니었다.

그렇게 차가운 소녀는 뜨거운 공기만을 남겨둔채 소년을 떠났다.

소년은 비틀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년은 다가오는 두려움의 실체를 알 수가 없었다.

소년은 이별을 몰랐고, 공포를 몰랐고, 아픔을 몰랐다.

낯선 공기안에서 소년은 떨기 시작했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소녀가 떠나간 자리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었다.

공기가 얼어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소녀의 모습은 보일듯 말듯 했으나, 소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소년은 그렇게 아프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심장이 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거짓말은 그렇게 소년을 죽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소년의 몰골은 초췌하기 그지 없었다.

소년의 팔 다리는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생기가 넘치던 두 눈은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하얗게 되어버렸다.

차가운 공기가 뜨겁던 소년의 몸을 뒤덮어 버린 것이다.

소년의 몸은 식어가고 있었다.

사랑이란 거짓말이 그렇게 소년을 죽이기 시작했다.

 

또 시간이 지나 소년은 이미 소년이 아니었다.

백발이 무성하고 피골이 상접하고 등은 굽어지고 힘은 없어진 늙은이가 되어버렸다.

소년은 사랑이란 칼날에 심하게 찢겨버려 더이상 회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늙어갔다.

뜨거움이 사라져 온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소년은 눈물까지 매말라 버리고 말문이 막히고 들을 수 조차 없었다.

가엾은 소년은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른다.

소년은 주위의 뜨거운 공기를 삼키고 차가운 바람을 쏘아댔다.

주위는 온통 식어버린 공기 투성이다.

소년은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일어설 힘까지 잃어버렸다.

더이상 소년은 소년이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소년은 다시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지막 잠을 청했다.

소년의 꿈에서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는 소년을 위로하지 않았다.

소녀는 소년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것은 한낱 입발린 거짓말이었다.

처음부터 사랑이란 없었다. 그것은 한순간의 거짓말이었다.

이 세상에 더이상 사랑은 없다고 소녀는 소년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소년은 더이상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심장의 뜨거운 줄기가 소년을 감싸기 시작했다.

소년의 미소는 소녀를 보았기 때문에 흘러나왔던 것이다.

마지막 꿈에서 그는 사랑이란 거짓말로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했다.

소녀를 용서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잡으려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렇게 소년은 사랑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사랑이란 거짓말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소녀를 보낼 수 없은 마음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더이상 소년은 소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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