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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일상

그러던 내가...

by 루이보스 스타 2007. 11. 14.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데 모든 것이 너무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다.

망망대해에 나 혼자 노를 저어 간다는 느낌이다.

바람도 없고 해도 없는 그런 그런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다.

저 멀리 육지는 보이지 않고 물속은 한 없이 깊어 보이고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곳에 있는 것 같다.

의지할 데가 없다. 지금껏 의지해왔던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비틀거리는 것 같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자꾸 내 머리를 으깰려고 한다. 안그래도 약해져 있는 머리인데 계속 두드림을 당하고 있다.

가끔씩 과거를 들춰보면 내가 이렇게 살았나 한다.

최고가 되겠다던 꿈을 가지고 매일 놀기만 했던 나,

돈 많은 남자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겠다던 나,

강한 자가 되어 약한 자를 도우며 정의를 실현하겠다던 나,

천사같은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이들을 감싸겠다고 하던 나,

매일 망상에 빠져 놀기만 하던 나,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던 나,

남잔 울지 않는다고 끝까지 아픔을 참던 나,

떠난 사랑에 미친 듯이 울어대며 돌아오라고 외쳤던 나,

이별의 상처 때문에 나를 지옥까지 몰아붙이던 나,

일에 대한 허황된 생각으로 나를 한없이 추락시키던 나,

항상 타인에게 의지하던 나,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술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던 나,

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소중함도 모르던 나,

나, 나와 나, 그리고 나, 결국엔 나,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내가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내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도

이건 나 때문이다.

나의 못난 의지가 나의 전쟁에서 나의 군량미를 태우고 나의 말들을 죽이고 나의 병기들을 녹슬게 만들었다.

내게 남은 것은 몸뚱아리뿐인 병사들 밖에 없다.

그것도 많은 수가 아닌 겨우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부대 밖에 없다.

무기도 없고 말도 없고 먹을 것이 없어서 나는 나를 팔았다.

나는 이 세상과 타협해버린 것이다.

나를 팔아서 내 병사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욕망을 채우고 있다.

세상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는 알았을까?

소크라테스는 사는 게 무엇인지 답을 알고 있었을까?

공자는 삶도 다 알지 못하는데 죽음에 대해 어찌 논할 수 있느냐고 했다.

사는 게 사는 게 그런 건데...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난 벌써 취해버렸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쉬운 일은 요만큼도 없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작은 틀 안에서 내가 그나마 갖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 줌의 먼지라도 난 내 손안에 두고 싶다.

꽉 쥐어 틀어서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싶다.

나는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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