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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 가보았는가?
그곳엔 저 바다끝과 맞닿아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곳이다.
세상을 반으로 자르고 내가 이 세상 끝에 가까이 있음을 알리는 곳이다.
커다란 눈으로 어둠속의 길을 밝히고 넓은 들판으로 모두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곳이다.
처음에 차를 몰고 도착하니 가는 길이 생각보다 불편했다. 우리나라의 육지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간절곶
이 곳은 그 명성만큼이나 방문객들을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유럽풍의 펜션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펜션생활을 해본적은 없지만, 멋진 외관만 보더라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곳도 있었다.
좁은 도로를 따라 조금만 들어오면 넓직한 주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 편하게 주차를 한 후 처음 보이는 곳은 연이었다.
하늘로 길다랗게 깃을 세우고 용이 긴 꼬리를 늘어놓은 듯 올라가 있는 연을 보고 나는 섣부른 감정이 먼저 일어났다. 카메라에 손을 바로 올려놓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나를 나는 잠시 제어하지 못했다. 그정도로 그 연은 이 간절곶을 하늘에 연결해주는 것 같았다.
바다와 대지와 하늘의 끈을 그 가는 실에 기대어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말끔하게 펼쳐진 언덕배기는 내가 걸어오르게 만든다. 바람개비와 연 그리고 간식거리가 하나씩 보인다. 한쪽 언덕 귀퉁이에는 호화로운 식당이 풍경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지나온 도로를 거슬러 가면 간절곶의 끝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기업들이 기증한 조각들 곁에 조그마한 길이 있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이 곳을 맘껏 느끼고 있다. 간절곶의 끝에는 절벽이 있고 아래가 있고 다시 기암들이 있다.
그 바위들 사이로 휴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들에게서 여유도 느껴지지만, 긴장을 놓치 않는 모습도 보인다.
바다를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찍은 후 다시금 등대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간절곶은 등대가 있는 곳이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텅빈 해안이라면 오히려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등대가 있는 아름다운 언덕배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등대로 걸음을 옮겨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빛처럼 하얗게 칠해져 있는 등대는 순백색의 아름다움인 순결을 표현하는 듯 했다.
이렇게 수많은 방문객이 있어도 마치 타인의 손길조차 묻어있지 않은 순결한 처녀와도 같다. 그 느낌이 참으로 좋아서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댄다. 두 눈으로 본 풍경보다는 사진으로 담은 풍경만이 기억에 남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인 것 같다.
등대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등대 옆의 주택도 정말 그림에 담아도 될 듯 하다. 그런데 모두 서양건물쪽으로 지어졌다. 그래서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지만, 오히려 우리 문화의 멋을 버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안에서 서양문화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이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은 변해가고 있다 .
등대 바로 옆엔 간절곶 박물관이 있다. 몇 제곱미터도 안되는 공간이지만, 간단하게나마 전체를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도 있어서 새하얀 등대를 보다 가까이서 그리고 아래에 펼쳐진 넓은 풍경은 다양한 각도로 시선에 담아놓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수많은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북적이는 인파들로 사진에 사람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수많은 모델들로 보였지만, 함부로 찍을 순 없었다. 아직 일말의 양심이 내 안의 자리에서 더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곳 간절곶은 내 발을 충분한만큼 붙잡아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컨셉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의 화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좋은 구도를 만들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너무 아쉬운 것이 있었다. 정오가 지나 도착하여서 해가 중천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밝아 노출을 제대로 설정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밝아 액정에 나오는 사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잘 찍고 있는건지 못찍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어 힘들었다. 오히려 오전이나 오후 쯤이 제일 좋은 듯 하다. 전체를 가리는 빛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쪽은 바다이고 나머지 반은 언덕이다. 도로가 이 사이를 나뉘어놓고 있다. 너무나 좋은 이 둘의 공간을 하나의 검은색 끈으로 나누어놓았다. 도로를 오히려 등대 뒤쪽으로 만들어놓았다면 바다와 언덕은 하나가 되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어울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놓았을 것이다. 자연은 자연상태로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물질적인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편의를 위해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움을 조금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놓는다. 조금의 불편함을 가장 편함으로 바꿔놓는다. 그런 점이 더욱 아쉽다.
이제 끝으로 간절곶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이 곳은 순백의 느낌이다. 하얀 등대가 주위를 더욱 하얗게 밝힌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움을 더해주고 깨끗한 마음을 전해준다. 등대의 하얀빛이 주변 모두를 정화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바다는 초록빛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이 곳은 단지 해가 먼저 뜬다고 소중한 곳이 아닌 듯 하다. 이 곳은 1년에 한 번의 기회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그 한 번을 위해 항상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곳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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