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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직지사(김천) -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역사적 가치

by 루이보스 스타 2008.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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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418년에 세워져 1600여년 동안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대사찰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해동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으뜸가는 가람이란 뜻에서 동국제일가람이라는 말이 전해져오고 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니 절 입구 바로 옆에 큰 공원이 조성되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편도 1차선의 약간 좁은 도로를 지나 절의 입구에 들어가게 되면 여전히 입장료를 받는 모습에 나는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사찰 입장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로 절의 입구를 통과하면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이 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등산객도 많고 절을 방문하러 온 사람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처음에 이 절이 그렇게 크고 유명한줄 몰랐다. 절을 방문하고 규모를 알게 되었고, 다시 사진을 정리하면서 절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처음엔 벽련암이란 암자를 찾아서 들어갔다. 이 곳에 많은 암자가 산 곳곳에 길을 내어 터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알고보니 직지사와 각 암자는 서로 독립적인 관계라고 한다. 마치 직지사에서 월세를 받고 방을 주는 듯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돈의 왕래는 알지 못하지만, 독립적인 것은 사실이다. 각 암자들은 산 중턱 쯤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개미집에 들어가서 하나의 방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를 몰고 이리저리 굽이치며 올라갔다. 직지사는 낮은 곳에 위치하여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준다고 하면, 각 암자들은 깊숙히 들어앉아 가벼운 차림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고시공부 때문에 절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시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고액의 금액을 내야만 지낼 수 있고, 남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이유가 하도 사고도 많이치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물론 전해들은 이야기다.

백련암으로 가니 내 핸드폰이 불통이 되어버렸다. 속이 상하지만서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벼워졌다. 불안이 없지는 않았으나, 포기하는 마음이 생기니 이내 불씨는 꺼져버렸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바람소리였다.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실타래같은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의 걸음걸이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항상 고개가 돌아가곤 했다.

그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세상과 소통의 연을 잠시 끊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먼 곳도 아닌데, 아래쪽 세상과는 참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절에 오나보다. 복잡하고 빠르고 숨막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피난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절은 오히려 그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절이 교회처럼 동네마다 있었다면, 나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곳 또한 교회나 성당처럼 몸과 마음을 죄여오는 듯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수차례 산속의 고요함을 느끼고 혼자임을 느낀 후 직지사로 내려왔다. 직지사에 도착한 시간이 4~5시쯤이어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사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진에 자신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못찍어도 자신감은 있었는데, 그것마저 없으니 맛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삼각대도 없이 사진찍기란 너무 힘들었다. 매력적인 동상, 석상들도 많았고, 가로수의 멋진 폼도 나의 눈에 들어왔다. 밤이 깊어지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스님들의 염불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위는 조용했고, 나는 수그러들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미처 시간분배를 잘못하여 뒤에 찾는 것은 찍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앞쪽보다 뒤쪽이 내 눈을 흡족하게 하는 곳이 많았는데, 해는 내가 싫은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지는 듯 했다.

내가 찍지 못한 것은 이 곳의 풍경이지만, 내가 찾은 것은 이 곳의 물이 흐르듯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그 어디서부터인가 적막함을 깨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멀리 퍼져나가지 않고 그 주위만 밝히는 등불이 되어버렸다. 한 곳에서 등불이 켜지자, 또 다른 곳에서 등불이 켜지고 또 다른 곳에서 켜졌다. 소리는 섞이지 않았고, 소리는 떨리지 않았으며,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서로의 영역을 지키듯 소리는 그 자리만 맴돌았으며, 질 또한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 영역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어딘가로 내 귀와 마음을 조금 내주어야만 했다. 쉽사리 빠져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럴정도로 저녁이 되니 이 곳의 분위기는 무겁고 사람을 끌어당겼다. 각 절마다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어떠한 절은 긴 산책로 덕분에 절이 초라하게 느껴져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수 있고, 어떤 절은 화려한 겉모습에 모든 것을 내던져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소리도 제각각이다.

절을 찾는 묘미는 여러가지가 있다. 나는 그 중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첫째로 삼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둘째로 삼는다. 눈과 귀로 보고 듣고 하면 입은 다물어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직지사를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오전 또는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찾아가고 싶다. 해가 얼마나 이 곳을 뜨겁게 혹은 다양하게,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