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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사동 거리(서울) - 북적대는 사람들 그리고 만물들

by 루이보스 스타 2008. 8. 11.

 

 

서울 인사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전에 잠시 스쳐지나간 적은 있었는데, 모처럼 시간을 내어 둘러보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내심 경북궁과 창경궁을 들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실제로 이런 거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거리에서 경외함을 느끼기란 참으로 힘든 것 같다.

게다가 시내이고 사람들이 북적일 땐 조용함은 없고 오히려 번잡함으로 새로운 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

인사동의 첫인상은 장터같다. 시골장터가 발전해서 대도시형 장터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외국인도 많고 특이한 물건들을 파는 곳도 있다. 사람들은 쉬어가면서 이러한 것들을 구경한다.

민족의 고유의 물건들도 눈에 띄고 과거의 물건들을 모아서 전시해놓은 가게도 보인다.

갤러리도 있다. 참으로 다양한 공간들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사람들도 가지각색이다. 비슷한 사람처럼 보여도 다 개성이 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사동 입구에서...

 

왜 사람들이 인사동 인사동 하는지 알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가게가 있고, 여러가지의 테마가 복합적으로 모여 어울림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 곳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 손해본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주변을 보면서 지나가는 것이 참맛이다.

동전처럼 앞면이 다르고 뒷면이 다르듯 인사동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틀리다.

그런 면모는 장사치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다.

게다가 거리시위도 많이 한다. 거리에서 피리를 부르는 사람도 볼 수가 있었다.

서울이 대단하다는 것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며 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방에서는 그것이 힘들다. 자신의 개성을 맘껏 봐줄 수많은 군중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다르다. 항상 어딜가든 사람들이 넘쳐난다.

 

 

인사동의 어느 가게 앞에서...

 

인사동을 둘러보다가 옛 추억의 가게를 찾게 되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물건들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입장료는 천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좁은 공간에 수많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전체를 다 둘러보진 못했다.

사람도 넘쳐나서 좁은 통로를 지나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추억의 시간들이 살아나는 듯 했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부터 10원짜리 빨간 공중전화, 딱지, 불량식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한껏 추억에 취해 모호한 심정을 느꼈었다. 내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버렸다.

어릴 적에 쓰던 물건들이 이제는 이런 가게나 박물관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빨리 변해버려서 나도 나이든 티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쓰라린다.

옛날에는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제의 것이 옛 것이 되어버린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문명의 발달이 꼭 좋은 것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나를 금방 아저씨로 만들어버리니 말이다.

 

 

추억의 가게(?) 에서의 베이더

 

 

쌈지길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엄청난 인파를 느낄 수 있었다.

지방에서는 이런 인파를 보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주 쉽게 접하는 듯 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나는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쌈지길이라고 해서 나는 골목길처럼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주변의 건물들이 하나의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건물을 빙빙~돌면서 올라가는 길로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사진 찍기 참 좋은 테마도 같이 만들어주고 있었다. 하얀색의 우산으로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들이 바뀌는 지는 모를 일이다. 내가 갔을 때에는 중앙에 분수를 기점으로 우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면서 바람에 휘청거리는 것이 또 하나의 연출을 하고 있었다.

예술이란 만드는 자가 예술이라고 부른다고 그게 예술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예술이란 보고 느끼는 자가 감동받아서 예술이라고 부르게 되면 그것은 자의든 타의든 예술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쌈지길이 예술로 넘쳐나는 거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본 것은 우산이 줄줄이 있는 것과 다양한 가게들, 그리고 액자, 쟁반에 그림 그려놓은 거 그런 것들이 전부다.

마치 예술 혹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꾸민 티가 팍팍 나는 것에 실망했다.

우산은 그렇다 치고 나머진 너무 이 곳을 꾸미기 위해 억지로 짜낸 듯한 아이디어에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다양한 사진이 나올 수가 없었고, 많은 인파로 인해 사진 찍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인사동 쌈지길에 걸린 우산

 

 

쌈지길에서의 풍경과 사람들

 

 

 쌈지길을 아는 동생과 같이 갔는데, 혼자였으면 너무너무 심심할 뻔 했다.

이 곳은 왠지 혼자와서는 안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찍어주지 않으면 혹은 누군가에게 찍히지 않으면 안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DSLR, 디카 등의 보급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을 연출한 곳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실망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몇 군데서만 찍고 나면 나머진 찍을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 위주로 찍는다면 오히려 다양한 표정과 인물들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손에 카메라가 쥐어지고 사진을 찍고 찍히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쌈지길 따라 건물을 올라가는 중 만난 불편함

 

 

쌈지길에 그나마 잘 연출된 이상한 우산

 

 

그런데, 왠지 나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즐겁지 않은 공간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그럴 수도 있거니와 내가 원했던 바랬던 그런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망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너무 큰 기대치를 가지고 이 곳을 찾아왔나 싶다. 나는 몇발자국마다 신기함 또는 아름다움에 못이겨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큰 기대를 가지고 여길 찾기에는 나에 대한 부담감이 필요없었던 곳이었다.

나름 시간을 갖고 여길 둘러보고 인사동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삼천동으로 갔다.

하지만, 기대했던 거기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예쁜 가게가 즐비하다고 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이 또한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내가 원한 거리는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없나보다.

책에서 봤던 그런 거리는 외국에나 있나보다.

이제 국내의 도심여행은 이정도에서 그쳐야겠다.

우리 나라 심장부의 인기있는 곳이 이정도인데, 더 큰 기대는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금씩 국내 여행을 마감해가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나를 보내고 나는 그 시간을 쫓아간다.

 

 

쌈지길에서 사진은 필수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