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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구인사(충북 단양) - 천태종 총본사, 그 거대함을 느끼다.

by 루이보스 스타 2008. 8. 25.

 

사찰 입구에 있는 버스터미널

 

천태종 총본산라고 한다. 주차를 하고 주차비를 내고 나니 방송이 울려퍼졌다. "지금 기사분이 식사시간이오니 버스차량이 움직이지 않습니다."라는 방송을 들었다. 도대체 왠 버스? 문말이지 하고 살펴보니 올라가는 길이 한참이다. 이렇게 멀다니...게다가 버스까지 멈추고...아 땡볕에 나는 한참을 걸어올라갔다. 걷다보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시간은 12시쯤 되었을 때다. 걸어올라가는데 밑에서 택시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그냥 택시타고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돈이 너무 아까웠다. 안그래도 예상경비가 초과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아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땀흘리며 올라가니 큰 사찰이 나왔다. 여긴가? 둘러보니 아니었다. 이럴수가 버스정류장이었다. 이런 곳에 시내와 도시로 나가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마치 미니 시외버스터미널처럼 보였다. 규모면에서 정말 대단해보였다. 구인사는 하나의 마을처럼 또는 기업처럼 이 곳을 움직이고 있나보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절

 

입구를 지나자마자 왼편에 큰 사찰이 보인다. 1층인지 반지하인지 안이 들여다보이길래 보니 대형 보일러기계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거물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가보다. 도대체 스님이 얼마나 많기에 하고 생각했다가 나의 생각없는 머리를 자책했다. 여기엔 보살님들이 엄청났다. 스님은 몇명 못봤다. 여기저기 일하는 사람, 김치 담그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절하는 사람...그리고 관광객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엄청 더운데 끝까지 오르막이라는 것이다. 경사를 계속 올라가려니 힘들고 날씨는 뜨겁고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도대체가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를 정도다. 해인사도 큰 절이다. 거기와 비교하면 여기는 궁전이다. 산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면 양쪽으로 건물들이 수두룩하다. 큼직한 건물들이 너무 웅장해서 마치 마을을 연상케한다.

 

 

  

관문 통과

 

 

 

사찰

 

 

이런 분위기는 처음 느꼈다. 시끌벅적하고 조용한 곳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고, 모두들 바쁜 것처럼 보였다. 뭔가 하나의 사회가 여기서 움직이는 듯 했다. 절이란 느낌을 전혀 가질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내 귀 전체를 덮어버렸다. 새소리, 바람소리들은 내 귀에 닿을 수 없을만큼 이 곳은 거대했다. 그리고 3일기도(?)인가 그 비슷한 명찰이 붙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정해진 일수동안만 여기에 머무를 수 있나보다. 얼핏듣기로는 절에서 지내는 것도 돈이 든다고 들었다. 한달에 수십만원씩 내면 혼자만의 공간에서 공부도하고 자신을 수도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는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아마 일을 하고 숙식을 제공받을 것 같다. 절 안에서 마치 큰 사회공동체가 이루어져 각자 맡은 분야를 하나씩 해내가고 있었다. 나는 그저 마을의 장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라가는 길에서

 

 

계속해서 올라갔다. 경사는 갈수록 가파랐다. 더워서 그늘진 곳으로 피해 다녔다. 그래도 더웠다. 올라가는 데 힘이 들고 바람도 별로 안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산길이 아닌 시멘트 길로 되어 있어서 땅은 뜨거웠고, 양쪽으로 건물들이 나를 누르고 있어서 나는 답답하고 힘겨웠다. 중도쯤에 그냥 끝까지 가지말고 돌아가자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정도로 여긴 덥고 갑갑한 곳이었다. 자연은 저 멀리 있었다. 시야의 절반은 사찰과 사람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절들과는 차원이 틀린 곳이었다.

 

 

 

 

장독대와 중간다리

 

 

여긴 건물과 건물들 사이에 다리를 놓은 곳도 있었다. 그정도로 겹겹이 둘러쌓인 곳이다.

옛 모습도 이랬을까. 이 곳은 처음부터 이렇게 북적이고 사람들로 넘쳐나고 사방으로 건물들이 들어섰을까. 여러가지 추측이 들었다.

나는 이런 곳이 참 싫다. 절에 대한 선입관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절은 조용했으면 한다. 그리고 자연과 어울려 충분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바람소리에 새소리에 가끔씩 스님들의 발자국 소리까지 나는 그런 절에서 너무나 즐거운 평온함을 느꼈었다. 나의 성격 때문일까. 주변에 몇명에게 물어봐도 시끌벅적한 것보다는 조용한 절이 좋다고 한다. 많은 생각도 할 수 있고, 고요함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장독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중

 

 많은 사람들이 모두 소원을 빌러 온다. 자녀의 학업성취에 관한 소원,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소원, 그리고 삶에 관한 여러가지 내용들을 빌러온다. 무릎꿇고 절하면서 그들은 불완전함을 깨닫는다.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의 못남을 용서한다. 그리고 바란다. 마지막엔 소원을 빈다. 기도한다고 절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성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간다. 문제는 고쳐지지 않음이다. 문제를 알고 용서를 구하지만, 실제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은 본인이다. 그래서 항상 우린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음에 우린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안다. 기도한다고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고 무작정 있을 순 없다. 그래서 기도라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나약한 동물이다. 항상 무언가에 의지해야만 한다. 의지하지 않으면 무너져버리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자들에게 희망이란 것이 있다면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산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것마저 없으면 사람은 죽어간다.

 

 

 

식당 위에 있는 탑

 

 

종교란 거대하다. 인간이 만들어냈으며, 인간이 스스로 의지하고 그것에 의해 삶과 죽음까지도 결정짓는다. 종교는 인간이 만들었음에도 인간보다 거대해지고 있다. 위대해지고 있으며, 세상 최고의 자리에 군림해있다. 그 누구도 종교를 누를 순 없다. 왜냐하면 수천 수만 명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위대한 힘이 바로 종교다. 독식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다양하기까지 하다. 종교가 없다면 악마가 있을까. 천사가 있을까. 종교가 없는데 분간이 될까. 과연 의문이다. 마치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신께서 종교라는 것을 던져 주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죽음 뒤엔 정말 뭐가 있을지 모를 일인데,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종교가 반드시 부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희망을 종교는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원하는 자들은 종교의 힘을 많이 받는다. 가난한 자는 구원을 받기 위해서일테고, 부유한 자는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일테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곳에 힘을 모은다. 그 힘을 가진 자는 엄청난 권력을 휘두른다. 쉽지 않은 절대적인 믿음에 대한 힘...지금 나는 마치 영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가끔은 실제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

 

 

 

 

공사중

 

 

 

지금까지의 주지스님들을 모신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