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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보문관광단지와 석굴암(경주) - 관광의 명소를 찾다.

by 루이보스 스타 2008. 9. 5.

 

헬륨가스기구 타는 곳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들어갔다. 처음엔 신라 어쩌고 저쩌고 갈려고 그랬는데, 땡볕에 그 돈주고 들어갈려니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그냥 주위를 둘러보다가 기구가 눈에 보이길래 '그래 내 인생에 언제 저런 거 함 타겠나 함 타보자'하고 갔다. 도착하니 8여명 정도 손님이 있었다. 기구는 헬륨가스로 띄워졌다. 열기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운데에 쇠줄을 달고 그 줄로 풀었다 당겼다하여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도넛모양으로 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은 테두리쪽에 서서 경치를 감상하게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안전장치가 꽤 되어 있었다. 사람키보다 훨씬 높은 그물망을 사용하고, 혹시나 쇠줄이 끊어져도 세 개의 줄로 비상착률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어졌다고 한다. 가히 안심이 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쇠줄이 끊어지면 끝없이 올라갈줄만 알았다. 헬륨가스기구로 지구 대기권 관측도 가능하다는 인터넷 뉴스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겁이 많지 않았는데...

 

 

기구에서 내리는 사람들

 

 

 기구는 하늘에서 150m 정도 올라간다고 했다. 그리고 약 15분 정도 상공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온다고 했다. 가격은 1인당 15,000원이다. 생각보다 비싸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기에 값을 치루고 기구에 올랐다.

정해진 인원 수를 채워서 기구를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다. 처음엔 무섭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안전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하늘로 올라가니 세상이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헬륨가스 기구에서 내려다본 보문관광단지 전경

 

 

내가 저 작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했다. 하지만, 이렇게 땅과 하늘 가운데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손아귀에 쥘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문관광단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늘려있는 리조트와 호텔들, 그리고 골프장과 위락시설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세상은 내게 보다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등산을 해서 경치를 즐기는 것과는 차원이 틀렸다. 왜냐하면 바람이 불면 기구가 앞뒤로 약간씩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런 스릴도 있고, 가운데가 뻥하니 뚫려 있으니 여러 가지의 감각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듯 했다.

바람은 시원했다. 뜨거운 햇살을 잊게 해줄 정도로 시원했다.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골프장과 호텔들

 

이 곳은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설명하는 아저씨가 바닷물을 끌어들여와서 만들고, 호수가 대한민국 지도를 본따서 만들었다는 둥 많은 얘기를 해줬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과거의 일은 확실히 찾아보고 숙지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는 척 하다가 피해를 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15분이란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내가 바람과 만나 인사하고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하늘을 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지금의 이 순간만을 기억하고 나는 땅으로 내려와야 했다. 이런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다음에 행글라이더같은 기구도 배워보고 싶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나 또한 하늘속에서 내 삶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

 

 

석굴암 주차장

 

보문관광단지를 뒤로 하고 향한 곳은 석굴암이었다. 영상매체에서는 봤는데, 실제로는 한 번도 못봤기 때문이다. 한참을 꼬불꼬불 올라갔다. 한 정상에는 넓직한 주차장이 태양 때문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내 차는 피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내려 경주의 풍경을 즐겼다. 저 멀리 보이는 경주시내하며, 넓은 들판하며, 아직도 경주는 역사의 도시로 인식되어진다. 대도시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 역사와 관광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해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인다. 탁한 매연보다는 싱그러운 풀냄새가 더욱 매력적인 도시다. 석굴암에 가는 것에 대한 비용이 생각보다 높았다. 입장료가 왜이렇게 비싸 할 정도로 나는 약간 못마땅했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 석굴암까지 닦여진 산길을 걷고 있으니 여름의 낭만이 너무나도 좋았다. 여름이 계속 나를 붙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햇살이 강하게 쏟아지는 데, 수 많은 나무들이 그 빛을 고루고루 쪼개어 내게 나눠준다. 나는 그늘진 곳에서 그 잘게 쪼갠 빛을 몸에 바른다. 그러면, 기분이 산뜻하다. 몸이 가벼워지고 나쁜 생각이 줄어든다. 빨리빨리만 내세우는 사람들과 달리 자연은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를 요구한다. 나는 그런 자연이 좋다. 급하게 살면서 보아야할 것들을 다 놓치고 느껴야할 것들을 간접적으로 다 느껴버리고 그리고 결국엔 다 아는 척 하는 인간들이 싫다.

아침 이슬이 잎에 맺혀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나는 더 좋다. 나는 자연없이는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은 숲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 것처럼 햇살과 그것을 가려주는 나무와 만들어지는 그늘없이도 인간은 살 수 없다.

 

석굴암

 

석굴암이 아주 웅장하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단편만 보여주지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나의 환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아주 조그만 절간안에 숨겨놓았다.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갔는데, 나를 반기는 것은 나를 반사시키는 유리였다. 전면은 유리로 뒤덮여있었다. 보호라는 맥락에서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촬영도 금지되어 있다. 그건 왜일까. 플래쉬가 터지면 저 큰 돌덩어리가 타버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스님들은 들어갈 수 있도록 문까지 만들어놓았다. 나는 반사되는 유리창 너머로 부처상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토록 보고싶던 내부는 깨어진 유리조각처럼 아주 조금만 보여질 뿐이었다. 들어갈 수도, 제대로 볼 수도, 사진을 맘껏 찍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나는 불만으로 가득찼다. 우리 나라의 집단 이기주의가 문화관광을 짓밟고 있다. 봐야할 것들을 못보게 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막아버리고 입장료는 터무니없이 비싼 우리 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석굴암 앞에서 내려다본 풍경

 

 

우리 나라는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 모두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고 서로 도와가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어딜가도 비싼 입장료 때문에 다시 고민하고, 입장료에다가 주차료에다가 바가지 요금 때문에 말못할 가슴앓이도 해야하고, 남는 건 사진인데 사진도 맘대로 못찍는다. 아쉬움이 많은 관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국엔 인기가 저물고 나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보존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가 볼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우리가 못보는 데 100년 200년 유지하면 뭐하나, 그때는 우리 자손의 자손들도 보관만 하겠지, 그들도 볼 수 없고 똑같은 조상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할 것들이 없는데, 그리고 제한된 인원만 들어가서 그들만의 성스러움이 되어버리는 것에 관해서 난 아주 불쾌하다.

많은 역사적 산물들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물려줘야 한다. 그건 우리 나라의 국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하는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또 만들어내고 그것이 후세에 가서 국가의 보물이 되고 그러는 것이지, 수천년 전의 물건을 수천년 뒤에 물려주는 것보다 수천년 전의 것을 지금 우리가 보고 깨우쳐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석굴암 앞 마당

 

 

석굴암을 보게 되니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서 이렇게 많은 글을 남긴다. 제대로 보지 못했음에 가슴 아픈 이유고, 유리벽은 나에겐 건널 수 없는 강이었고, 상업성은 나의 목을 죄어오는 쇠줄이기에...나는 가슴이 아프다.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적당한 입장료 및 주차료와 관광객을 대하는 친절한 마인드, 그리고 그들이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치가 되었으면 한다. 나에겐 두 눈이 있고, 두 귀가 있고, 양 손이 있다. 그것들 모두가 나를 새롭게 만들어준다.

 

 

 

경주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