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임원항(삼척) - 아름다운 항구의 푸르름

by 루이보스 스타 2008. 10. 21.

 

 

친구와 동해를 보러 갔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보고 싶어서였을까...

탁트인 느낌이 참 좋다. 전에 가보았던 해변을 찾기 위해 7번 국도를 달렸다. 어디쯤일까. 어디쯤일까. 그러면서 가다가 발견했던 곳이 바로 임원항이다. 전에도 여기에 한 번 왔었다. 이곳은 방파제가 참으로 이쁜 곳이다. 방파제의 끝에는 붉은 등대가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바다가 보고 싶었다. 갑갑한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주길 바라며...

 

 

 

드문드문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곳인지 난 알지 못한다. 그런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바람씌러 오기엔 참 좋은 곳이다. 편안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을 나에게 주는 곳이다. 한쪽엔 수평선 한쪽엔 항구와 시장통이 보인다. 여기는 마치 주변을 부드럽게 자신을 품는 듯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선지 정이 있는 곳이다. 저 멀리 낚시꾼들이 힘껏 미끼를 던질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단순하게 고기를 낚기 위한 생각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힘껏 땀흘리며 일하고 돌아와서 저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쉬고 있는 것을 보니 나 또한 저렇게 살아야하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내 삶에서도 항상 답을 찾아왔건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바다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내 모습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럴 때면 이렇게 먼 곳까지 달려와 커다란 숨을 들이쉬고 간다. 필요없는 것들을 뱉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

 

 

 

나는 간혹 바다가 무섭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너무 넓어서 세상 그 어느것보다 거대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다가 난 왜 좋은 걸까. 얕은 바다는 다 보이기 때문에 별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저렇게 깊은 바다는 마치 저 밑에 커다란 어떤 존재가 날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섭다. 존재에 대한 두려움일까.

 

 

 

임원항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진 못했다. 주어진 시간은 오늘밖에 없었다. 저기 보이는 등대까지만 갔다가 사진을 찍고 이동하자고 했다. 나는 그래 그러자고 했고, 잠시 딴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저기 보이는 등대를 두 번째 보기 때문에...

아픈 추억들이 살틈에서 올라왔고, 머리속까지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달콤한 기억이 지금은 바닷물처럼 짜고 맛이 없었다.

걸음걸음마다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보며 나는 다시 마음을 강하게 먹기 위해 입안에 머금은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강해지자. 강해지자...

 

 

어느 한적한 날 아이와 엄마는 외출을 나섰다. 그것도 가장 조용해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다. 그들은 등대의 그늘속에서 휴식을 청하고 있었다. 저런 풍경이 정말 부럽다. 훗날 내게 가족이 생긴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저렇게 여유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에어컨이 필요없는 바다바람과 그늘속에서 세상의 소리를 들어가며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그런 장면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