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순매원(양산) - 기차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매화농원

by 루이보스 스타 2009. 3. 9.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부산에서 양산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조금 깊숙히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꼬불꼬불거리는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순매원이라는 유명한 매화농원이다.


 

<강한 햇살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매화>

정오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햇살은 강렬했으나 따갑진 않았다.

어느덧 봄과 함께 다가와버린 매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만개가 될려면 아직 1~2주쯤 지나야하지 않을까.

아직 다 피지 못한 매화꽃이 웅크리고 있었다.


 

 순매원은 아주 매력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다.

기차와 강 그리고 매화가 하나의 어울림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그래서 더욱 묘한 곳이다. 이 세가지를 동시에 담으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전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능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매화를 집중적으로 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사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

 

 

1년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광양에 매화를 보러갔었던 때와 해남에 보해매화농원을 갔었던 때가 있었다.

매화는 이미 전국적인 축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봄의 시작과 함께하는 매화는 벚꽃 바로 전의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매화농원이 유명한 관광지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왜 어릴적에는 잘 몰랐는지...


 

무료로 점심식사도 제공해주는 정이 있는 곳이다.

매실로서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놓았다. 판매도 하고 관광객들에게 홍보도 하고 식사도 주고 풍경도 제공해준다.

이렇게 가볍고 따뜻한 장소는 처음이다.

다른 장소에는 수많은 먹을거리들이 돈을 집어삼킬려고 들어대고 있었는데,

여기는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것을 내주는 곳이다.

상업적인 것에 크게 치우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느낌도 참 좋았다.

지나가는 기차와 매화를 하나에 담을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실력부족으로 내가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별로 없었다.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게해서 찍었다.

나의 막샷에 생각보다 좋은 사진들이 나왔다.

농담삼아 "나는 대충찍으면 사진이 잘나온다."라고 친구에게 말을 걸었더니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하늘은 참으로 좋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불었다.



 

사람들은 여러갈래로 나눠져 있다.

기차를 찍기 위해 모두들 포인트에 머무르고 있었다.

매화와 기차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긴 한가보다.

곧 세상이 화려한 자연속에 파묻히겠지.


 

조리개를 너무 열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니 찍을 때는 몰랐는데 주변이 다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LCD 액정이 있다고해도 자세히는 확인이 어렵다.

심도미리보기 같은 기능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다.


 

엉켜진 사람들 사이로 사진을 찍었다.

앞에는 매화나무가 철길을 가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화가 없는쪽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으나,

자리는 한정이 되어 있었다. 어떤 이들은 매화밭 안으로 들어가서 찍을려다가 일하시는 분한테 혼나시기도 했다.

민망할정도로 혼내는 광경을 모두들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말은 기억이 안나는데, 한마디는 기억난다.

사진기 들고 다닌다고 니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소리치시는데,

갑자기 가슴이 뜨끔한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내가 카메라 들고 다닌다고 뻐기거나 잘난척하거나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안했을 뿐 속에선 어느정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생기는 그런 오만이라고나 할까.

내가 들고 있는 이 사진기는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나는 왜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많은 생각들이 나를 스쳐가고 있는 중에 저 멀리서 기차가 달려왔다.

원동역이 바로 옆이어서 그런지 기차가 자주 지나갔다.

나는 번개같이 카메라를 치켜들고 뷰파인더에 눈을 콕 박으면서 셔터를 눌러대길 시작했다.

찍고 싶다는 욕구가 가슴속에서 머리속에서 함께 솟구쳤다.


무언가를 사진에 담는 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뚜렷한 목표?

확신?

꿈?


알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죽기전에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