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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륜산 유선관(해남) - 역사와 기풍속에 안기고 싶은 곳

by 루이보스 스타 2009. 3. 24.

 

보해매화농원을 나와서 점심을 먹어러 길을 나섰다.

참으로 어중간한 시간이다. 출발시간이 늦어버려서 매화농원을 나왔을 때가 2시 반이 넘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바로 갈까. 아니면 한 군데 더 들릴까 고민했다.

의견을 종합해보니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두륜산 도립공원으로 향했다.

현재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20여분 떨어진 곳이다.

예능 프로 1박 2일에도 나왔던 곳 그곳을 향해 달렸다.

 

 

두륜산 매표소 옆에 식당거리가 있었다.

그곳에서 시원한 전골을 먹고 출발했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2500원이다.

TV에서는 걸어서 올라가야만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유선관 바로 근처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주변에 주차장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붐비진 않았다.

의외로 한산한 모습에 놀랐다.

 

 

유선관에 도착했다.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렸다.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여기도 관광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나보다.

TV에서는 꽤 크게 보였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아담했다.

TV에서처럼 눈이 왔더라면 더 운치가 있었을 것 같다.

여관이지만 부적거리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고요함이 뿜어져나왔다.

 

 

중앙엔 굴뚝이 있다. 온돌형 집인가? 왠지 모르게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세상의 흐름에 멈춰진 장소 같다.

오늘은 날이 흐리다. 그러나, 다행히 너무 어둡진 않았다. 충분한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쪽엔 장독대가 줄을 맞춰서 있었고, 다른 쪽엔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 M.T를 오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흐르는 계곡을 옆에 끼고 있어서 여름엔 풍덩거리는 소리가 그리울 것 같다.

 

 

 

여긴 세상과 많이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지 여유로움이 충만하다.

산의 냄새를 바람이 몰고 와서 내게 스치듯이 지나갔다.

너무나 조용했다. 유명 관광지가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모든 소리를 흡수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개 한마리가 있었는데, 주변에 관광객이 있던 없던 혼자 풍류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이 오는지 낮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돌을 베고 편안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상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계곡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세상의 시름을 씻어내려가듯 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유선관에서 장군의 아들도 찍고 이리저리 영화 촬영장소로도 잘 쓰이나보다.

얼핏 듣기로는 부부가 운영한다고 한다.

주인도 많이 바뀌고 변화도 있었다고 한다.

뒤편에 보니 샤워실 등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역사가 100년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변해가고 있다.

조금씩 현대에 맞게 덧칠해져가고 있다.

 

 

 

정말 1박을 한다면 이런 곳에서 하루 잠을 청하고 싶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 또 그때처럼 산다면

얼마나 추억에 묻혀버릴까 생각한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그윽함같다.

뭔가를 품고 있는 듯한 오래된 고목나무처럼 느껴진다.

 

 

유선관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다양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고 버틴 여관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추억의 향수를 뿌려주는 곳이다.

존재한다는 그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여관이다.

시대가 변해도 이 곳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풍의 미를 간직하고 세월의 시간을 품고 계속 살아있었으면 한다.

누구나 1박을 하고 싶어하는 곳.

삶의 여유와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곳에서 나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