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결혼식 참석차 방문했다.
그런데, 7시에 모여 출발해서인지 피곤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비가 주루룩 내리기 시작했다.
정장입은 나를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하늘이었다.
오동도 입구에 들어서니 방파제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방파제를 왕복하는 차량이 있었다.
차량이용료는 500원
아주 짧은 거리지만, 피곤해하지 말라고 차량까지 운행하다니
제법 관광객을 배려해주고 있는 듯 했다.
오동도에서 바라본 여수항이다.
방파제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 사뭇 섬에 닻을 놓은 듯 하다.
비가 너무 오고 있었다.
카메라 가방엔 비닐팩을 씌웠고,
내 손에 든 카메라는 이미 비를 많이 맞았고,
나의 옷도 많이 젖어버렸다.
얼굴에 인상은 그려졌지만, 그래도 싫지만은 않다.
비에 젖어버린 오동도 나들이길
하늘이 심하게 울어댔다.
카메라는 주인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모양을 잡을려고 노력했다.
최악의 날씨 상황에 힘들게 들이대고 있는 내 모습이 이 오동도의 추억인가보다.
아쉬웠다.
용굴이란 곳이다.
용이 산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에서 아마도 이름이 지어졌을 것이다.
이 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암벽등반을 하던지
배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옆에서 살짝 쳐다보기엔 정말 무섭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는데, 발 한 번 잘못 딛게 되면 나락으로 빠진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엄청난 위험이 스쳐지나간 셈이다.
오동도 왠지 짜릿짜릿해지는 느낌이다.
등대 바로 앞에 직원숙소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기념상도 있다.
이런 곳에 직장이 있다면 정말로 살기 좋을 것이다.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어 외딴 곳에 소수의 인원으로 삶을 즐긴다는 거
물론 갇힌 공간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나만의 큰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닐까.
오동도...어디선가 기억에 익숙한 느낌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 섬의 이름을 들었던 것일까.
강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는 뭔가가 있다.
오동도를 한바퀴 돌고 내려오니 식당들이 보였다.
관광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줄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나의 일정에 이 식당을 포함시키려니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날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딱히 이 곳에서 뭔가를 먹는다고 해도 그렇게 추억이 남을 것 같지도 않다.
그저 평범함 속의 일상이랄까.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없는 곳이고
멋진 풍경을 따로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유명한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오동도에게 얹혀가는 것이 아닐까.
뭔가가 특이한 점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만 있는 장점 같은거.
오동도를 한바퀴 돌고 내려오니 큰 광장이 나타났다.
잔디밭이 깔려 있고 쉼터가 있고 매표소도 있었다.
비가 너무 와서 차량이 운행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우산 하나로 친구와 길을 거닐면서 주변의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이럴 땐 참 마음맞고 착한 녀석인데, 최근엔 많이 변했다.
대학 때만 해도 정말 좋은 친구였는데, 이렇게 변해버릴 줄이야...
그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비가 오는 데에도 우산 하나로 세상의 풍경을 찍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언제쯤 다시 여기 와서 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일 수도 있고,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고 그건 신만이 알 것이다.
광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번에 들으실 곡은 베토벤의 바이러스입니다.
무슨 소리지? 베토벤이 바이러스라는 곡을 작곡했었나?
그런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아! 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하하하
그렇게 웃었다. 세상에 나를 웃길 때도 자주 있다.
단지 그걸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린 아주 사소한 것에 많은 웃음을 흘린다.
세상이 그렇게 매섭게 몰아붙일 때에도
가끔은 코미디언처럼 나를 웃겨준다.
우린 항상 삶의 단편만 보고 사는 것 같다.
힘들 땐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 보이고
슬플 땐 나를 울게 만드는 것들만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희망을 갖고 편하게 즐겁게 생각하면
그만큼 코미디같은 세상 또한 없을 것이다.
비극이란 연극에 포함되어 나를 말라죽일 것이냐 아니면
희극이란 연극을 보면서 즐겁게 살 것이냐 그건 자신한테 달린 것 같다.
오동도, 크게 볼 건 없는데, 왠지 찾게 되는 곳이다.
몇가지의 전설이 내려오긴 하지만, 막상 가보면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렇게 새롭지도 않고 신기하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아주 조그만 산책로 같다.
내가 느낀 것은 고요함이랄까.
차분함이랄까.
바다로 둘러쌓인 오동도가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인간의 손을 너무 타서 인공미가 더욱 부각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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