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고대하던 주산지를 갔다.
그런데, 2시쯤에 도착해서인지 정말 사진찍기 최악의 날이었다.
어떻게 찍어도 한쪽은 노출오버, 다른 쪽은 그림자때문에...
빛의 조절이 가장 어려운 것인데...난 아직도 초짜인가보다.
대낮인데도 사람들이 이 곳에 많이 온다.
카메라 조절도 잘못했는지...노출 오버가 심해졌다.
천천히 길을 걷는데 그늘과 양지의 차이가 심했다.
너무나 큰 기온차에 역시 여름인가 싶다.
아니 아직도 여름인건가?
주산지의 그날은 청명했다.
한참을 걷고 나니 드디어 주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속의 그 모습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대낮이어서 물안개도 없었다.
그저 입구부터 느껴지는 평범한 저수지였다.
그래도 여기가 주산지라는 것에 약간의 감동이 몰려왔다.
차로 3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곳이기 때문이다.
입구의 팻말이 여기가 영화속의 무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정말 멋드러지게 찍어놓은 사진 한장이 내 시선을 끌었다.
지금은 울타리를 쳐놓아서 내가 원하는 각도를 잡을 수 없도록 해놓았다.
하도 사람들이 들쑤시고 다녀서 그런지 자연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쳐놓았다고 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나는 최대한 이 곳의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수 많은 관광객들 또한 주산지를 배경으로 인물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다.
이 곳이 저수지로 잠기면서부터 저 나무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 중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들이 저렇게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곳을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저런 나무가 없었다면 이곳은 그냥 평범한 저수지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저 나무를 잘 찍기 위해 두 손을 쭉 뻗어보기도 하고
줌기능으로 당겨보기도 하고, 여러 동작을 취해보지만,
위에서 아래로 사진을 경사지게 찍게 되면 그 구도에 한정이 되고
햇빛이 물에 반사가 되어 좋은 사진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큰 나무가 뿌리를 저 밑에 두고 가지를 늘어뜨린 다음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저렇게도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하지? 왜 나만 이렇게 힘이 든거지? 하고 많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힘들고 짖꿎은 일을 해내야만 사람들한테 인정받기가 수월한다.
남들이 안할려고 하는 것과 남들이 못하는 것 이 두가지를 해낸다면
어디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이던 가정생활이던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맡아서 해낸다면
충분히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저 몇 안되는 나무들도 살기 힘든 환경에서 꿋꿋히 버텨내어
지금에서는 너무나 사랑받는 나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수만, 수십만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매력의 원천인 것이다.
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예전엔 사소한 것들에 대한 불만과 투정이 많았으나, 갈수록 그래봤자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나만 갈수록 더욱 불행해져가는 체바퀴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정신수양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행이 내게 좋은 보약이 되나보다.
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주인이 있고, 손님이 있으며, 존중해주면 존중받고
욕하면 싸움난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행동하면 불편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보면 조금씩 그것을 깨닫게 된다.
이 곳 주산지도 좋은 깨달음을 준다.
물 속에 있음에도 말라죽어가는 나무와
같은 환경인데도 푸른잎들을 세상에 꺼내놓는 나무가 있다.
저 두 나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나는 불만 투성이고 하나는 현재를 직시하고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주산지에 대한 여행 얘기가 너무 도덕얘기도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
하여튼 주산지 전망대에 도착하니 이 곳에서 주산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 아래로는 수 많은 물고기가 먹이좀 달라고 어슬렁거리고 있고,
왼편에는 주산지의 깊숙한 멋과 향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마치 저 곳을 배를 타고 지나가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수목들이 여기가 끝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저 곳에 가면 더욱 멋진 곳이 있을거라는 얘기를 속삭이는 듯 했다.
저 깊은 어딘가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나보다.
줌렌즈를 이용해 최대한 나만의 사각을 만들어보았다.
나만의 시각을 찾기위해 카메라를 이리돌리고 저리돌리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전망대 위치가 변하지 않는 이상 시야의 변화는 한정되어 있었다.
난 그래도 나의 줌렌즈로 최대한의 모양을 만들어보았는데, 사진들이 흔들리고 초점이 안맞고 하는 등
다양하게 나를 괴롭혔다.
렌즈의 한계인건지 나 자신의 한계인건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보기엔 후자가 맞을 듯 싶다.
태양이 강렬해서 이 곳의 푸른색이 연해졌다.
이 곳은 마치 수룡이 잠자는 곳처럼 느껴진다.
물속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니며
용궁에서부터 뻗어나온 듯한 수목들은 마치 최고의 전사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고요함과 푸르름은 있는데, 대낮이어서 그런지 깊은 맛이 없어서 아쉽다.
풍경이란 것이 사람의 눈을 끌어당기는 느낌이 강해야 할터인데,
그저 환하게 노출된 점이 감성적 흥미가 부족하게 만든다.
이 곳을 찾은 시간대가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사진기술은 미약하다.
위의 사진들을 남기면서 나는 내 능력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밝은데도 카메라는 노출부족을 알렸다.
셔터스피드를 줄여서 노출을 잡을려고 노력했으나,
이상하게도 말끔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이런 사진이 한 장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다.
렌즈가 삐딱해서인지 측면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물론 노출보정 때문에 조리개를 열어버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실망하게 만들었다.
여러권의 사진책을 봤는데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잊어버린다.
나의 기억력이 똑똑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참 문제가 많다.
많은 구도와 노출과 설정들을 봤는데도, 아직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렌즈가 가지고 있는 화각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성능적 측면에서 많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원하는 것보다 훨씬 답답한 조리개
조금 부족한 렌즈배율
이런 것들이 나를 답답하게 한다.
아직은 여유가 되지 않아 렌즈를 구매하지 못하지만,
나중엔 꼭 좋은 렌즈를 하나 사서 멋진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모두들 경이롭게 쳐다본다.
일반 대지에서 쉽지 않은 삶을 물속에서 다 겪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슬쩍 그런 마음이 얼굴을 내민다.
수목의 아름다움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편견을 깨부수는 역할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나무는 땅에서 자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깨버린 수목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아름다움 그 두가지를 모두 준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성공을 이룩한 나무들은
견뎌내고 이겨내어 성공한 것이 아름답다는 정답을 보여준다.
자신의 모습을 단순히 치장하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모진 삶을 이겨내고 그 삶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성공이
자아를 밝게 이끌어내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산지의 수목들을 보면서 나도 나를 이겨내어 스스로 빛을 내고 향기를 뿜어내는
멋지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쉽지 않다.
다음엔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 오거나, 아침에 물안개가 끼어있는 날에 다시금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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