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발걸음을 짐작케하는 원효사.
웅장하진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단지, 다른 절과 비교해 조금 다를 뿐이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관람객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공간에 사람들이 편히 쉬다가 갈 뿐이다.
마치 아주 먼 옛날 그 시절을 그리듯 사찰은 그렇게 사람을 맞이 한다.
너무 없어보이지 않고 너무 있어보이지도 않고, 적당한 규모에 조용함을 얹혀놓는다.
사람들은 그늘진 장소에 가서 드러워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얘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편히보낸다.
나는 그러한 광경이 참 보기 좋았다.
대형 사찰에 가더라도 이런 광경은 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절제되는 꽉 막힌 세상이 많았다.
분위기 또한 엄숙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더 억눌렀다.
그런데, 여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충분한 자유가 있었다.
수 많은 등이 시선을 가로막지도 않았으며,
아이들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에 원효사는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있었던 그 순간만큼은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뜻하지 않은 조형물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이 기둥 위에 사람들이 드러눕고 편히 쉰다.
그리고 사찰 입구에 금빛을 두르고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러한 동상이 밖에 나와있고 사찰의 중심부분 근처에 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입구에서부터의 장엄함을 알려주려는 것인지 나같은 나그네에게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을 연습하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이런 모습에 감동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탑이다.
하지만, 다른 곳과는 다르게 울타리가 없다.
조그마한 면에서 이 절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저것에 앉아 편히 쉬면서 여담을 나누고 있다.
뜨거운 햇살도 피하고 간식도 나눠먹으며 좋은 풍경을 서로 나누고 있다.
나에게도 일행이 있었으면, 한 30여분이라도 쉬었다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 간식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들어가 앉아있기란 여간 민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나그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곳에 이러한 조각이 있다는 것이 새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무슨 의도에서인지 타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각상이 여기 있는 걸 보니
이 곳만의 뚜렷한 주관이 느껴졌다.
자식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네의 숭고함일까.
아니면 욕심없는 아이의 순수함일까.
사찰의 터가 넓진 않다.
하지만, 충분히 멋드러진 숲향기를 내뿜고 있다.
구름이 해를 가려버렸을 때 사진은 진해졌다.
색은 더욱 강렬해졌고, 사람들은 잠시 그때를 빌미삼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동상이 마냥 신기한지 이리저리 만져대기 시작했다.
어른은 그것을 말리느라 애를 쓴다.
아이는 아직 순수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들여다본다.
하지만, 어른은 그렇지 못하다.
만지면 부숴질 것 같고, 부숴지면 물어내야할 것 같은 불안감이 가슴속 깊이 꿈틀거릴 것이다.
걱정없이 사는 삶에서 걱정만 하는 삶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것을 고쳐야 하는데, 그건 종교의 힘으로도 무리인가 싶다.
호랑이 조각상이 기억에 남는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절의 전부이다.
소박함이 충분히 느껴진다.
큰 돈을 벌어 크게 치장하고 꾸미고 그런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끌리는 곳이다.
마당엔 풀들이 자라고 있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부분만 풀이 없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인간은 거친 동물이 아닌가 싶다.
광주 무등산에 오면 다른 곳보다는 원효사가 가보고 싶었다.
이름이 잘 알려진 부분이 가장 크게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여운이 남는 곳이며 쉼터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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