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의 작은 역사의 터
봉황동 유적지는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옛 가야의 전사를 동상으로 만들어놓았다.
동상이 많진 않다.
내 기억으로 하나에서 두개정도...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조금씩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고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무슨 생각들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옛 가야인이 살았을 법한 움막이 있다.
저런 곳에서 살았는지는 잘 모른다.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했다.
김해에 살면서 이런 곳도 한 번은 와봐야지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옮긴 곳이다.
너무나 한적했다.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고 계단이 있는 듯 했다.
문만 닫혀져 있지 않았더라면 난 정말 들어가서 잠이라도 청했을지 모른다.
휴일날 혼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자 하니
마음이 흉해서인지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여기가 유적지라고 하는데, 모두 인공미가 물씬 느껴졌다.
그런 인공미 속에서 연못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공간만큼은 여기가 마음에 든다.
햇살에 드리워진 다리가 마음에 들었다.
연못에 반사되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겨울이 오나보다.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다리로 가니 나룻배가 하나 보인다.
옛 가야인들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가야라고 하면 그래도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시절인데,
지금에서는 그저 신라한테 먹혀버린 것만 기억이 나니 안타깝다.
저 배도 마치 꽁꽁 묶여버린 가야인을 형상화한 것 같다.
김해는 가야라는 역사적 자취가 강하게 남아있다.
천년이 더 지난 이야기임에도 신라하면 가야를 항상 떠올린다.
어릴 때 읽었던 책에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책에는 그가 가야인이라는 것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다.
조금 나이가 먹어서야 가야인이라는 걸 알았다.
쉽지 않은 것이 역사다.
잃지 말아야 될 것도 역사다.
빛을 등지고 서니 순광이 내가 원하는 빛줄기를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해를 마주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눈에게도 사진에게도 힘든 시간이다.
순광은 다르다.
등줄기가 따스함을 가져온다.
그리고 시야의 모든 것은 명확해지고 답답함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운이 좋으면 금빛과 은빛에 나를 빼앗길 수 있다.
살짝 부는 바람에 연못이 흔들렸다.
그 바람에 물속의 다리도 흔들렸다.
수 많은 낙엽이 다리를 지나가기 위해 힘을 쏟는다.
물의 반영은 참으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노출이라던지 사진의 정확성이라던지 여러가지로 어렵다.
답답한 마음이 그렇게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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