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 곳도 세 번째나 찾은 곳이다.
아니..네 번째인 것 같다.
어쩌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올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져 간다.
처음의 설레임은 없어지고, 갈수록 신식화 되어 가는 것을 본다.
겨울철새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주변에 배가 지나가거나 하면 놀라서 잠시 날랐다가 다시 앉나보다.
저렇게 운동시키면 춥지도 않겠다.
저렇게 많은 새가 내 눈 앞에서 곡선을 그리면서 그림을 만들다니...
쉽지 않은 기회였다.
휘황찬란한 금빛 갈대밭을 바랬다.
하지만, 하늘은 허락하지 않았다.
큰 구름이 태양을 가려버렸다.
이내 어두웠고, 나는 조리개를 열었다.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마음만이라도 뚜껑을 열어젖혔다.
갈대밭 속으로 물이 차올랐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이 고여 있었다.
큰 호수같은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바람은 차가운데, 갈대만은 여름인 듯 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4시가 조금 지났을 시간이었다.
구름은 쏜살같이 달려와서 떨어지는 해를 부축했다.
그리고는 포옹했다.
떨어지는 해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나보다.
무척이나 새가 많았던 날이다.
주변으로 새들이 큰 날개짓을 하며 포즈를 잡고 있었다.
오른손가락으로 연신 눌러댔다.
카메라는 찰칵찰칵거리며 사진을 토해내고 있었다.
노란 하늘이 난 참 포근해 보인다.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해서 나는 노란 하늘을 담았다.
새들이 날아오르는 풍경이 마치 군대가 움직이는 것 같다.
대장이 앞장서고 부하들이 미친듯이 뒤를 쫓는다.
대장이 가는대로 가자는대로 간다.
그렇게 하늘은 점령당해가고 있었다.
순천만은 S자 물길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찍기 위해선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
전망대까진 가야 그 사진을 남길 수가 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날씨가 춥거나, 시간이 없거나 등등의 이유가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그냥 되돌아왔다.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였다.
물론 날도 엄청 추웠다.
하늘의 주인은 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지도 못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닌가 보다.
저렇게 하늘을 날게 되면 뭐가 생각이 날까.
파피루스는 하늘을 나는 순간 뭐가 떠올랐을까.
가볍고 작은 물길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러한 곳이 아주 자연스러운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한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은 언제나 그렇듯이
전쟁과 타협이다.
이만큼 내주어서 안전을 보장받거나,
이만큼 지키려고 들어서 결국엔 종말로 치닫거나 한다.
그래서 세상은 많이 무섭다.
그 중에서도 인간이 가장 무섭다.
초점이 맞진 않았지만, 나름 빛깔이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순천만의 갯벌은 마치 새들이 뛰어다니는 놀이터같다.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새를 보고 있으면,
참 귀엽기도 하고 저녀석 뭐하러 저렇게 돌아댕기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찬란한 빛 아래 영광있으라.
세상의 어두움을 밝혀주는 태양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런 태양이 있어서 우린 항상 타들어가나보다.
새들의 놀람은 나에게 화려한 파티다.
이 순간만큼은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항상 인간이 새를 깨우기 때문이다.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마치 자신의 죄를 신에게 고백하듯이 무릎꿇고 있었다.
하늘에 계신 높고 높은 신에게 나무는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지워달라고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지워달라고 한다.
여지껏 받았던 상처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신은 웃으면서 거절한다.
처음부터 네가 가야할 길이었으며, 너는 지금껏 잘 가고 있었다고
지금까지 잘 버텨준 너에게 열정이란 숨결을 한 번 더 불어넣어준다고 말한다.
그제야 비로소 나무는 무릎을 털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한다.
"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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