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이 진하게 방안에 퍼진다.
퀘퀘했던 방안이 모처럼 향기에 젖어 너울거린다.
아침이면 가득했던 햇살들이 어느덧 긴 그림자만 남겨놓고 떠나간다.
커피향은 오전 내내 남아있다.
입에 갖다대어보지만, 쓰디쓴 맛에 혀를 내두른다.
미간이 움푹 파일 정도로 얼굴에 힘겨움이 가득하다.
입에 맞지 않는다.
향기는 그럴듯해 좋았으나, 맛은 탐탁치 않다.
커피는 마치 내게 진한 향만 남기고 가는 손님이 되어버렸다.
두 눈 감고 숫자를 세어가며 잊으려고 했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집착과 그리움이 밀가루반죽처럼 버무려져서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
경계선이 사라진 그 상태가 진정 가슴 아픈 상태다.
눈에 보이는데 구별해낼 수 없고, 향기는 나는데 다른 것과 섞여 커피만의 순수함이 사라졌다.
세상은 나를 이토록 떼어놓으려나보다.
순수함을 일관되게 사랑했어도 뒤범벅되어 있는 생각과 공존할려니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
마치 사막을 혼자 걸어가면서 거친 모래 바람을 만나 입속에 모래가 가득히 들어서는 느낌이다.
그 모래를 털어낼려고 해도 다시금 쌓여 내가 물을 마실 수 없도록 만드는, 그 아까운 물을 입안의 모래를 털어내기 위해 버려야 하는 그 안타까움과 어쩔 수 없음을 아는가.
며칠동안 괴로움의 연속일 것이다. 커피는 있어도 향만 남고 마실 수 없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참고 기다리지만, 결국은 그 시간이 이길 것 같다.
사람은 지치는데, 시간은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쓴 커피가 그립다. 마실 수 없는 그 커피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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