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무척이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또 있구나 생각했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내가 평소 생각했던 부분과 비슷해서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특별한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일반인으로서 보편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직 판사가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판사는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책의 초반에 나와있다. 물론 나도 판사가 이런 제목의 책을 출판한 것에 대해 조금은 놀라웠다.
그런데, 개인주의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의미의 개인주의자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개인주의자는 남에게 피해는 안주지만, 개인, 즉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만 쏙 뺀 느낌의 의미였다. 남이야 어떻게 살던 난 나대로의 삶을 산다?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인주의자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내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 타인들에게 휩싸여 그들의 룰에서 허리숙이며, 고개숙이며 살지 않는...그런 게 아닐까.
나 또한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도 개인주의자이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무척이나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고, 내 스스로가 정한 바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타인에게 피해를 안주면서도 세상이 올바르게 되었으면 하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은..그래서 모든 개인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런 삶의 살고자 하는 것...
이 책은 작가의 일상이 무척이나 많이 묻어나 있다. 에세이 같은 느낌도 많이 받는다.
판사로서 겪은 많은 사례나 경험들을 이야기해주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대화하듯 술술 풀어낸다.
특히나 책이 쉽게 읽혀서 너무나 편하고 좋았다. 하버드의 유명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고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읽고 나서도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쉽게 읽혀서 참 좋았다.
교육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도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으며, 말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각종 사건들을 예시로 풀어낸 것도 공감이 갔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내 삶의 관점에 대한 고민도 조금 하게 되었다.
내 나이가 되면 자신이 만든 확고한 가치관이 형성된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골조까지 공사를 다 끝내고 내부 인테리어만 남은 상황이랄까.
그정도로 굳걷해지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도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참 어렵게만 느껴진다. 소위 머리가 굳은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들이 그런 가치관을 형성할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게 아닌가 한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유연해지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바라봐야할터인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아쉽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또한 안타깝다.
이 책은 그러한 사고의 유연성을 도와준다고나 할까. 충분히 공감되고 충분히 고민되는 것에 대한 지식인의 과감한 발언 같은 거라고 보면 될 듯 싶다. 평소에 고민해오던 것들을 글로 정리해보고 그렇게 정리하던 것을 다시 되짚어보고 한 번쯤 깊이 있는 고민과 다양한 서적으로 나온 또다른 전문가 또는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다시금 자신의 가치관이 새로운 형태의 집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다. 내 집의 구조를 바꾸게 해준 책이라고나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과연 옳은 것인지, 바꾸어야할 것은 없는지, 어떤 생각들을 더 해봐야하는지...고민하게 만든다.
훗날 내가 책을 낸다면 이런 류의 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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