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쓴 장편소설이다.
작가 한강은 이 소설에 대한 시작을 마지막 에필로그에 남겼다. 어릴 적 기억으로부터 숨어있던 아니 잠시 숨겨두었던 이야기의 파편들을 꺼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광주로 내려가 많은 자료를 직접 보고 느끼고 머리속으로 정리한다.
모든 자료를 다 읽고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사실관계를 근거로 창작의 펜을 들었다.
초반부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내가 그 시대에 그때 그 사람들을 잘 몰랏구나. 그들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몰랐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 당신, 나 이런 식으로 인칭이 계속 바뀌어가는 게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실제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묘사나 개인의 감정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냈다. 작가란 이정도는 쓰야 작가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나 중반을 넘어서니 쉽사리 책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그날의 사건에 대해 참 겉핥기식이었구나. 나는 몰랐었구나. 나는 그냥 대충 알고 있었고, 아는 척하며 살아왔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 가서는 새벽인데도 멈추지 못할 정도로 감정이 힘들렸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책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내가 참 무지했고, 그 당시의 당사자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 미안한 마음이란 게 내가 잘 몰랐었구나로 시작되어 지금의 세상을 있게 해준 역사의 큰 줄기라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구나로 정리되었다. 물론 이것은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알아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고 아직도 그 살인자가 떵떵거리며 거짓말을 내뱉고 있으니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뒤늦게나마 국가가 5.18특별법을 제정하고 희생자들을 유공자로 대우하며 매년 그들의 넋을 기리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지켜내려고 옳은 일을 하려고 했던 그들에게 위로라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거짓말과 거짓뉴스로 세상을 선동하고 있는 그들이 생각난다. 얼마나 더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해서 자기들의 이익을 채울려는지... 마치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팔아먹던 친일파와 비슷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
왜 독립하고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못했는지...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여튼 얘기가 다른 데로 새어버렸네.
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의 전체를 보여주진 않는다. 그곳에서 실제 있었던 인물에 초점을 맞춰서 그와 연관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 장별로 나타난다. 점점 뒤로 갈수록 만행이 여실히 나타난다. 계엄철폐를 외치던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서 총을 쏘고 고문한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정권을 잡으며 계엄령을 확대하면서 시민들이 또다시 군부독재에 살기 싫어서 일어난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 군인들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 총으로 쏘고 총검으로 찌르고 죽을 때까지 패고 성고문을 하고 모나이볼펜으로 손가락 뼈가 보일정도로 짓이기던 그들의 고문이...어떻게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는건지... 그들은 저항했던 시민들이 같은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았나보다. 짐승보다 못하게 여길 정도로 군인들은 사람을 괴롭혔다. 이런 부분도 작가가 많은 자료를 참고해서 소설을 썼으니 그저 픽션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뭐든지 빨갱이, 종북으로 몰아서 편을 나누고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공격하는 습성은 도대체 언제부터 생겨난 걸까. 6.25로 인해 공산주의를 전 국민이 싫어하고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불리할 때마다 써먹는 전법을 보니 참...아직도 우리나라는 식민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수많은 친일파, 매국노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팔아먹고 있으니... TV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난다.
수년 전에 회사에서 현장에 사람을 뽑는데, 탈북자가 지원해서 면접을 봤다고 얘길 들었다. 그때 어떤 팀장이 면접을 다 보고 와서 사람들한테 하는 말이 탈북자였는데, 면접볼 때 광주사태 그거 북한에서 한거요?라고 물었더니 그 탈북자가 네. 제가 거기 있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팀장은 북한에서 한 거 맞다면서 웃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뭐라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5.18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 아는 게 없으니 속 시원하게 대꾸를 못하는...그런 처량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이 안가는 건데...왜 그런 걸 곧이곧대로 믿는걸까. 그 탈북자가 취업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일수도 있고, 경상도니까 사람들 비위 맞추려고 그런 말을 한건지도 모르는데.. 그 시대에 얼마나 세뇌가 잘 되었냐하면 군부가 언론을 얼마나 잘 통제했냐고 하면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있다는 게 그 결과가 아닐까.
한참을 더 가야한다. 한참을 더 고쳐가야한다. 아직도 북한특수부대가 내려와서 5.18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으니까. 한참을 더 가야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 현재의 정치, 우리의 임금, 권리, 복지, 자유, 민주화 등 모든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주검위에 있는 것이다. 그들이 목숨을 내던지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까지도 군부독재에 눌려 옳은 소리 하나 못하고 군화발에 짖밝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쌓아올려진 공든탑인 것이다. 그런 공든탑을 무너뜨리려는 자들이 아직도 많기에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되고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 우리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 걱정, 회한 등 수많은 감정들이 묻어져 있어서 나는 쉽게 손을 놓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작가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머리뼈에 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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