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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일상

아무래도 우울증이...

by 루이보스 스타 2007. 8. 18.

간단하게 책을 읽어 봤습니다.

우울증이 내게도 올 수 있거나, 이미 왔거나 하였기에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책을 펼쳤습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우울증의 증세는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세상을 비춰주는 햇빛과 더없이 펼쳐진 바다와 두 발로 굳건히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모습을 유지시켜주는 대지가 지금 나에겐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무기력해지고 모든 것이 하기 싫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나 할까요.

세상의 출발선상에 다시 서고 싶다고나 할까요.

누구나 다 그렇게 한 번 혹은 두 번쯤은 생각할 것입니다.

지금 내 인생이 새로 다시 시작된다면 정말 멋지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난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난 그저 모든 것을 끝내고 싶기에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지금의 삶은 끝나버려야 하니까요.

사는 것이 참 힘들다고 어릴 때 어른들이 말을 내뱉습니다.

나는 몰랐습니다. 그저 그런갑다 하죠.

무엇이 어떻게 힘이 드는지 늙어가는지 스트레스를 주는 지 전혀 몰랐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단지 지금의 내 위치에 맞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극복할려고 하는 것이죠.

지금 나의 감정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힘들어지고 있거든요.

사랑이 떠나간 뒤로 내 인생은 그저 한낱 지푸라기 같습니다.

밟히면 밟히는 대로 살고 물에 쓸려 내려가면 하수구로 가버리는 그런 인생입니다.

낙이 없습니다. 즐겁지 않고 웃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의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니 그 의미가 숨어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나는 내가 이렇게 허약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다시 피지 않던 담배를 입에 물고 사람들과 수다를 합니다.

인생이 재미없다느니 사는 것이 힘들다느니 등등의 말을 쏟아냅니다.

내 인생이 어떻게 벌써 40~50대의 나이까지 와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뇌가 늙어가고 있나봅니다.

어릴 적에는 꿈도 있었고 나름대로 삶에 최선을 다 했으며, 즐기며 살았습니다.

현재에 충실했기에 미래와 과거는 그저 상념일 뿐이었죠.

지금의 내가 처한 모습이 너무나도 비극적입니다.

3여년에 걸친 회사생활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며, 인정받는 사람도 아닙니다.

사랑도 떠나갔으며,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 받습니다.

앞날은 깜깜하며, 준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마치 성장호르몬이 멈춰버린 남학생 같습니다.

자기 생각에 푹 빠져 살고 있죠.

신데렐라처럼 누군가가 인생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마법의 지팡이도 없고,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작은 뇌 속엔 그저 망상에 걸친 고민 덩어리가 존재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거지와 비슷합니다.

산속에 들어섰는데 사랑하는 사람 잃어버리고 혼자 길을 헤매는 멍청한 등산객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 세상에 남겨진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에 음산함이 스쳐가고 적막한 고요가 나를 휘감습니다.

머리를 들면 하늘이 보일 줄 알았는데 하늘은 커녕 수풀이 우거져 나를 뒤덮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최악인 시점입니다.

지금 내 삶이 마지막 삶인데 그 마지막에 벌써 와버린 듯 합니다.

지금 나는 나를 길게 두고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30cm 자 처럼 짧은 인생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것 그것은 정말 새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다고 그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만의 줄을 잡고 살아갑니다.

오직 그 줄은 하나이고 내가 지나간 후로는 줄은 썩은 동아줄이 되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그게 바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돌이킬 수 없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을 사람은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도가 나오던 모가 나오던 세상이 가로막아 인생이 끝나던 신의 도움으로 백수를 누리던 인간의 삶은 항상 자신이 걸어온 길과 같이 가야합니다.

조금씩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갑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조차 모릅니다.

인생에 대한 삶의 목표 또한 나는 도화지에 그리지 못했습니다.

마치 물이 흘러가듯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높은 곳은 항상 피해가며 낮은 곳만 바라보고 죽으라 달리는 물줄기를 보면서 내 삶도 저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결국엔 그렇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내 삶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신이 내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 나는 유에서 무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희망도 없고 기대도 없는 나이기에 나는 매 걸음을 그렇게 내딛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이유가 사라졌고, 죽음에 대한 이유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우울증에 빠져 내 삶을 허비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신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운명을 믿습니다. 그러나, 나는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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