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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하동 토지 세트장에 도착하였다.
친구랑 둘이서 간만에 나온 외출이었다.
작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찾은 곳은 대하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읽기 힘들게 많은 책으로 나와있고, 드라마도 방영했지만 난 보지 않았기에 모른다.
주차 시설은 잘되어 있는 편이다. 마을 자체에 세트장을 함께 지어놓았기 때문에 수시로 관리를 하는 것인지 시설이 너무 깨끗하다.
매표소를 지나서 천천히 올라가면 많은 상점과 식당이 우리를 반긴다.
대봉감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많은 상품들이 감으로 연결이 된다.
옷도 있고, 어디서나 파는 기념품도 있고, 책도 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독특한 기념품이 없다는 것이다.
먹을거리 같은 경우엔 먹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큰 가치를 얻을 수가 없다.
나에게는 이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딜가도 매 한가지 제품이 상점을 차지한다.
똑같은 열쇠고리, 똑같은 목검, 갖가지 기념품들은 우리나라 관광지 어디를 가도 있다.
그런 것이 너무나 싫지만, 내가 싫다고 바뀔 수는 없기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산 중턱쯤에 위치한 세트장은 천천히 걸으면서 산내음을 맡기엔 참으로 좋다.
제대로 관광을 하라고 화살표로 코스까지 친절히 가르쳐주는 것을 보면 참으로 정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오래전에 종영이 되어 이 곳이 쓸쓸해졌을 때 하동시민들이 이 곳을 제대로 유지/보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은 깨끗하고 정리정돈도 잘되어 있으며, 각 세트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이 느껴진다.
오후 6시쯤 되니 해가 저물어서 사진찍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로등이 없어서 어둠이 깔리고 나면 행동하기가 조금 힘이 든다.
내가 밤눈이 어두워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불빛이 오히려 크게 없어서 정말 역사의 그림자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있으면, 최씨 일가가 아직도 그 곳에서 사람들을 호령하며 억세게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곳인데 항상 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곳의 향기는 아주 짙다.
짙은 향기는 내 코를 뒤덮어 내가 세상에 있는 것처럼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나를 흐리게 만든다.
주변의 청취가 내 눈을 찔러 첨단화를 걷고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한다.
이 곳의 가장 큰 느낌은 과거다. 역사다. 그리고 이야기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시간도 안되어서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오전에 가서 봐야 한다. 해가 세트장 구석구석을 꺼집어낼 때 비로소 큰 역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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