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기 전이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하니 어두컴컴하게 나왔다.
시간을 여유를 두고 촬영을 하니 색조가 아름다웠다.
정모에 나가서 새벽에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새삼 내가 그래도 사진을 찍고 댕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름이 사라져가고 있고, 붉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바다는 성난듯이 파도를 내뿜고 있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다시 조금 뒤로 물러나버리고 말았다.
바다는 나한테 물러나 있어 곧 해가 뜨니까 조금 더 뒤로 물러나 이녀석아 라고 말하는 듯 했다.
해가 뜨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수평선에 걸터앉은 구름이 해를 막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인가보다.
광각으로 사진을 찍으니 역시나 왜곡이 일어난다.
하늘을 많이 담을까 바다를 많이 담을까 고민을 했다.
결정된 것은 없었다.
구름들이 달려들었다. 마치 뜨는 해를 방해하듯 해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없던 구름이 생겨나고 내 머리 위로 펼쳐졌다. 그들은 푸른 기운을 가지고 해를 향해 멈출줄 모르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구름도 알고 있었다. 바로 저 너머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달려가나보다.
싸우러 가는지 맞으러 가는지 알 수 없다.
구름 너머에 해가 떠오른다. 결국엔 구름도 해를 막을 수 없었다.
돌격하던 구름떼가 힘을 잃고 주춤거린다. 그리고 하늘을 점점 붉어진다.
바다를 이등분해버리는 해를 보니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해는 솟아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쪼개고 바꿔버린다.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 하루의 변화가 시작된다.
해가 뜨고 있는 와중에 배가 지나간다. 그 순간을 놓칠새라 누군가가 외친다.
"해 밑에 배 지나간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마란 소리다.
아주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구도가 좋아야 하고 조리개도 적절해야 하고 줌도 적당히 당겨야 한다.
많은 생각들이 난잡하게 펼쳐졌지만, 결국에 선택은 하나였다.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일출 촬영을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를 향해 걸어갔다.
모두들 갑자기 기운이 빠진 듯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순간의 에너지를 소비한 듯 기운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여기가 무술목이라는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찍는 순간 가녀린 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다.
마치 자신을 보아달라는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등 뒤로 해가 뜨오르고 있었다.
나는 구도를 잡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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