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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은하사(김해) - 시원스런 바람이 마음을 흔드는 추억의 장소

by 루이보스 스타 2009. 5. 6.

 

10여년 만인가...

이 곳을 다시 찾게 된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멀지도 않았지만 딱히 오고 싶지도 않았던 곳이다.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저 삶에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절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갈수록 세상이 흐려지는 것 같다.

파란 하늘을 보기란 어려워지고 있다.

안개가 낀 듯한 자욱한 느낌이 내 눈을 흐리게 한다.

눈도 피로해지고 마음도 무거워진다.

 

 

하늘의 푸르름을 담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찐한 맛을 가진 사진을 만들려고 해도 아직은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남들처럼 고생고생해봐야 하는데, 잠깐 시간을 내어서 주변을 돌아보니 크게 남는 게 없다.

난 아직까지 여행이 아닌 산책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은하사 입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찍은 사진이다.

산에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내려오면서 굳었던 땅이 풀리나보다.

한참 공사가 진행중이다.

고요하던 옛 모습이 굴착기 소리에 파묻혀버린다.

산새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푸르르 웃어댄다.

 

 

 

사소한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소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크나큰 물건들로부터 느낌을 얻는다.

차가운 느낌, 외로운 느낌, 때론 혼자 강하게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세상이 흔들리고 있나보다.

 

 

 

오르는 계단 끝에 사자상이 있다.

해태인지 사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녀석은 한참을 올려다보고 있다.

절간에 고기라도 재어놓은 건가.

마치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 듯한 모습이 나를 끌어 당겼다.

사소함이 나에게 큰 기대감으로 와닿는다.

 

 

 

절의 기둥처럼 거대함을 자랑하는 나무를 보았다.

덩치만 큰게 아니라 하늘을 거울삼아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태양은 조명처럼 저 나무를 강하게 비추었고,

나는 푸르름에서 오는 강렬한 빛을 벗어나지 못해다.

주변의 색을 빨아당기는 것처럼 나무는 윤기가 흘렀고 콘트라스트가 강했다.

저 진한 색에 나의 카메라는 시선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절에 어디를 가나 있는 것이 바로 종이다.

종은 있는 썰렁하기만 하다.

은하사의 종은 아주 멋드러지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을 무시하듯 벽쪽에 높이 서서 자리하고 있다.

종의 울림은 아래로 그리고 전체로 퍼질 것이다.

고요한 정적을 깨우기 위한 그들만의 무기일 것이다.

 

 

 

평범함으로 가고 있다.

사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니 갈수록 평범함으로 몰아간다.

실력을 더 쌓아서 멋지게 내 솜씨를 보여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삶에 애환을 품고 그 한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평범함 그 자체일 뿐이었다.

 

 

 

넓은 마당에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쨍한 햇볕의 공격에서 겨우 나무 한 그루에 의지했을 뿐인데,

그 나무는 더 없이 시원한 세상을 내게 주었다.

작지만, 큰 쉼터를 제공해주는 그 나무는 삶에 또 다른 축복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작지만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싶다면

뜨거운 햇살아래 나무 아래에 들어가라.

그러면, 얼굴에 웃음이 피리라.

 

 

 

조리개 연출을 한 사진이다.

모델이 없어서 계단 기둥을 모델삼아 배경을 날렸다.

연습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꾸준히 해야 한다.

 

 

 

대웅전 계단 입구에 큰 우물처럼 생긴 것이 있고 화문이 있다.

그 안엔 물이 있고, 화분 안엔 꽃이 피어나 바깥으로 멀리 퍼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지금은 현대적인 느낌이 아직 많이 살아있지만, 수십년 수백년이 지나면 세월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여 사람들에게 진귀한 멋을 선사할 것이다.

계단을 막아버린 샘터

 

 

 

 사찰의 작은 멋을 남겨주는 기념상이다.

동자승들도 많이 만들어져 멋진 장면을 연출해준다.

마치 미니어처의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나는 조용함이 좋다.

하지만, 적막함은 싫다.

나른함은 좋은데,

지루함은 싫다.

절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에 있어 구도란 게 참으로 어렵다.

수 많은 책이 있지만, 모두 같은 시선을 얘기하고 있다.

습관화된 시선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진을 보면

좋기는 하다만 최고라고는 생각이 안든다.

그저 평범함을 조금 더 넘어선 장면으로 밖에는...

절은 다양한 장면을 내게 제공해주지만,

아직 세상을 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수목의 화려함 속에 가득한 세상의 진리들이

천천히 세상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여기저기 경읽는 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의 소리가 묻혀져 버린다.

대낮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관광객들의 발자국 소리와

그들의 얘기 소리가 모든 것을 잡음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나오는 길에 금빛을 띄고 있는 부처님이 보였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높은 신분인 왕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보리수 밑에서 수련을 하고

마음을 정진시켜 수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자비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남녀노소 직업의 귀천 또한 가리지 않았으며,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평등하게 대했다.

그렇게 대중적이며, 낮은 신분으로 살면서 보다 많은 중생을 구제하려고 했었던 사람을

금칠하여 그 빛으로 하여금 중생들과의 거리를 두고 있으니

살면서도 왕이 되기를 거절했던 석가의 모습을 정 반대로 묘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마치 사람들은 죽어서 그를 왕처럼 모실려고 하는 것에 비롯되어

부질없는 욕망에 가슴 한 켠을 내두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