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월출산 구름다리(영암) - 땀과 노력으로 맺은 하나의 불줄기

by 루이보스 스타 2009. 8. 4.

 

 

난 처음부터 등산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저 관광객에게 나눠주는 월출산 관광코스를 보고 갔을 뿐이었다.

분명히 봤다. 산책코스였다.

1.7km 산책코스였으며, 가장 쉬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길이었다.

1.7km 정말 얼마 안된다. 그런데 그런 쉬운 길을 걷고도 구름다리에 도착할 수 있다니 나는

좋은 기분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1.7km라는 것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아주 가파른 코스도 있고, 미끄러운 곳도 있고, 정말이지 힘들었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무척 힘에 부칠 수 밖에 없었다.

더위는 나를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는 듯 했고, 갈증은 내 목을 태웠다.

카메라와 작은 가방을 하나 어깨에 메고 출발한 나로서는 올라가는 길을 돌아갔어야 했다.

 

 

저 시원한 계곡물이 바로 내 옆에서 흘러넘쳐도

신발벗고 양말벗고 쉽게 뛰어들 수 없었다.

주변엔 온통 물소리와 숲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드문드문했고,

더위와 고독, 갈증을 함께 이겨내기엔 내 체력은 거의 바닥이었다.

 

 

 

월출산도 장관의 연속이다.

여기 저기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뻥하고 뚫린다.

정말 옷을 벗고 뛰어들어가고 싶다.

옛날 광고처럼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이 곳의 아름다움은 절경이다.

단, 나는 등산이 싫다.

 

 

 

 

한참을 올라갔다.

운동화라서 발은 미끄럽고, 어깨엔 카메라가 있어서 몸도 편하게 가눌 수가 없었다.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중도에 포기하긴 싫었다.

한참을 해와 맞서고, 산의 방해속에서도 나는 꿋꿋히 올라갔다.

여기까지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처음부터 시작을 안했으면 모르겠지만, 중도에 돌아갈 순 없었다.

그러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뿐더러, 나는 귀중한 시간을 쓰레기 통에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빰으로 샤워하며 한참을 올라가니 바로 머리위에 구름다리가 보였다.

저기까지다.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정말 저기까지 이 악물고 갔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 욕심을 꼭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저기 있는데, 더욱 포기하기 싫었다.

산새는 더욱 가파르고 발은 더욱 미끄러워졌다.

카메라는 마치 자신을 조심히 여기지 않으면 옆에 있는 절벽에 뛰어들 듯이 휘청거렸다.

그래도 나는 갔다. 힘들었지만, 갔다.

 

 

 

정말 코앞까지 왔다.

저기까지만 간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있었다.

내가 보기엔 60도 이상인 오르막길이었다.

난관을 붙잡지 않으면 정말 몸이 뒤로 휘청거릴 정도다.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한 손으로는 난관을 붙잡아가면서

몸을 최대한 눕히고 마지막 장애를 극복했다.

그리고 바로 아래까지 오른 후 30여분 움직이지를 못했다.

 

 

 

이 정도 규모의 구름다리는 처음본다.

TV에서 보는 것하고 직접 보는 것하고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니...

정말 절벽위에 난관하나 붙잡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 무서워서 아래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수많은 영화의 한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인디아나 존스, 캐리비안 해적, 구니스 등등

이런 다리가 나오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바람도 세게 불어서 나는 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힘이 빠져버릴 때까지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계단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있는 눈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산의 한 면이 눈에 들어왔다. 저 밑으로는 푸른 논이 규칙적으로 놓여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느낀 건 무섭다는 것과 시원함이었다.

난 높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위험해보이는 것은 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난관에 몸을 기대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바람은 불었다.

지금까지의 바람과는 다른 바람이었다.

 

 

 

반대편 절벽까지 구름다리가 놓여져 있다.

자연과는 상반되는 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욱 눈에 띄고 아름다워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 다리를 여기서 보는 것은...

나는 등산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다리는 아주 튼튼하게 잘 지은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들어서 집어던지는 것에는 큰 불편함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다리가 더욱 무서워보이는 것 같다.

아래로는 쳐다보지도 못했다.

아찔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위를 향해 눈을 쏘아댔고,

다리는 계속 내 눈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약간 흔들흔들 거리는 느낌이 정말 오싹할 정도였다.

양 옆의 난관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인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다리에 올라서면 그 시원함을 배를 더했다.

 

 

 

월출산의 명물이지 않을까 싶다.

아찔하게 생겼고, 흔들리고, 바람도 많이 불고

아래로는 낭떠러지...

 

 

당연하다는 듯이 위험이란 문구가 붙어있다.

안다. 그래서인지 참으로 저 문구가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다리는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편리함 속에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다.

 

 

 

천황봉까지도 1.7km다...이런...내가 만약 장비를 다 갖추고 양손의 불편함을 없애고 등산화를 신고

충분한 식수와 식량이 있었다면 천황봉까지는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포대까지는 너무 멀다. 저건 포기다.

 

 

 

구름이 금방 지나가버리고 태양이 금방 자취를 감추고

오로지 구름의 그림자에 가려 그 빛이 변하는 산봉우리들

장엄함이 내게 몰려왔다.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산 아래엔 저수도 있고, 어느정도의 군락도 형성되어 있다.

월출산 입구쪽에는 캠프장도 있어서 사람들이 야영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는 다시는 혼자서 등산같은 거 하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면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리라 생각하고

그리고 카메라는 등에 메는 가방에 넣고 가리라 다짐했다.

 

전라도의 아름다운 산 중에 하나인 월출산은

국내 유명산 중에 하나이다.

국립공원이며, 여행지로서도 좋은 장소를 제공해준다.

또 한번 가게 된다면 그땐 혼자가 아니고 싶다.